전체 글31 소설 <찌니 주의보(정지아. 창비. 2026.)> “우리가 살아감서 대체 멋이 중헌디?”인간 본성을 유쾌하게 깨우는 수평마을 할매 할배들의 이야기 그런 애가 있었다. 고2 때 같은 반 동무였다. 반 평균보다 키가 크고 어느 정도 덩치도 있는 동무였다. 꽃무늬 종이에 예쁜 글씨로 쓴 편지를 오목조목 접어 작은 팬시 선물과 함께 내 책상 서랍에 몰래 넣어놓곤 하던. 위로 누나만 셋이라 했던가. 그런 동무가 있었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롤모델이었던 또래들과는 사뭇 달랐던 그 동무를, 그러나 우리는 그를 경멸은커녕 무시하지도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그랬다. 그저 같은 반 동무였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동성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우리 머릿속에는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나에게 이 작품 찌니 주의보>의 배경이 되는 수평마을은 80년대 말, 혹은 .. 2026. 10. 12. 봉평 이효석 문학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중학교 땐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이 부분에서 턱 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을 가졌었다. 정말 봉평면은 온통 메밀밭인지, 그리고 달밤에 보면 정말 소금을 뿌려놓은 듯 숨이 막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대학 다닐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소설의 무대인 봉평에 두어 번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봉평에 갈 때마다 나는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 어쩌면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이리라. 사실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이 아니라면 누구 하나 거덜떠 보지 않을 시골 마을일 수 있다. 문학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2024. 7. 7. 해미읍성 따라 마음 열리는 절(개심사)까지 충남 서산시 해미면은 작은 시골 마을임에도 제법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꽤 많이 있다. 해미읍성이 그 대표적인 볼거리이고, 읍성의 서문 앞에 있는 천주교순교선양비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진다. 해미읍성은 해미면 한가운데 너른 평지에 세워진 석성이다. 성벽은 아찔할 정도로 높지 않고 성벽의 둘레도 1.5km 정도이므로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볼 만하다. 이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옛 성의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문이나 동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성곽 위로 올라가보자. 성곽 위에서 성벽을 따라 한 바퀴 걸어서 천천히 돌 수 있다. 성벽의 폭은 연인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면 좋을 정도로 좁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성 안을 내려다보면 동헌이 보이고, 그 뒤로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겨울이나 .. 2024. 7. 7. 요절한 여동생을 그리다 노래가 된 벌교 부용산 2004년 혹은 2005년 쯤 일이다. 전남 고흥에 갈 일이 생겼는데,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지명이 ‘벌교’였다. 고흥군에 가려면 보성군 벌교읍을 거쳐야 하는데, 목적지인 고흥보다 벌교가 더 또렷하게 머릿속에 각인됐다. 그때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나는 음반가게에 들러 시디 한장을 샀다. 가수 안치환이 1999년에 발표한 노스탤지어> 앨범. 안치환의 이 노스탤지어> 앨범에는 ‘부용산’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내가 이날 그 많은 음반 중에서도 를 산 이유는 순전히 ‘부용산’이라는 노래가 그 앨범에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용산’이 벌교 읍내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안치환이 불렀던 ‘부용산’은 작사ㆍ작곡 미상의 ‘구전가요’였다. 물론 지금은 이 ‘부용산’의 작사가와 작곡가가 누군지 .. 2024. 7. 7.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