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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 이효석 문학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중학교 땐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이 부분에서 턱 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을 가졌었다. 정말 봉평면은 온통 메밀밭인지, 그리고 달밤에 보면 정말 소금을 뿌려놓은 듯 숨이 막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대학 다닐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소설의 무대인 봉평에 두어 번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봉평에 갈 때마다 나는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 어쩌면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이리라. 사실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이 아니라면 누구 하나 거덜떠 보지 않을 시골 마을일 수 있다. 문학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2024. 7. 7.
해미읍성 따라 마음 열리는 절(개심사)까지 충남 서산시 해미면은 작은 시골 마을임에도 제법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꽤 많이 있다. 해미읍성이 그 대표적인 볼거리이고, 읍성의 서문 앞에 있는 천주교순교선양비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진다. 해미읍성은 해미면 한가운데 너른 평지에 세워진 석성이다. 성벽은 아찔할 정도로 높지 않고 성벽의 둘레도 1.5km 정도이므로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볼 만하다. 이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옛 성의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문이나 동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성곽 위로 올라가보자. 성곽 위에서 성벽을 따라 한 바퀴 걸어서 천천히 돌 수 있다. 성벽의 폭은 연인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면 좋을 정도로 좁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성 안을 내려다보면 동헌이 보이고, 그 뒤로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겨울이나 .. 2024. 7. 7.
요절한 여동생을 그리다 노래가 된 벌교 부용산 2004년 혹은 2005년 쯤 일이다. 전남 고흥에 갈 일이 생겼는데,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지명이 ‘벌교’였다. 고흥군에 가려면 보성군 벌교읍을 거쳐야 하는데, 목적지인 고흥보다 벌교가 더 또렷하게 머릿속에 각인됐다. 그때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나는 음반가게에 들러 시디 한장을 샀다. 가수 안치환이 1999년에 발표한 노스탤지어> 앨범. 안치환의 이 노스탤지어> 앨범에는 ‘부용산’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내가 이날 그 많은 음반 중에서도 를 산 이유는 순전히 ‘부용산’이라는 노래가 그 앨범에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용산’이 벌교 읍내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안치환이 불렀던 ‘부용산’은 작사ㆍ작곡 미상의 ‘구전가요’였다. 물론 지금은 이 ‘부용산’의 작사가와 작곡가가 누군지 .. 2024. 7. 7.
나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 이야기<마지막 회_에필로그> “나의 신이 당신의 신에게 경의를 표 합니다”톨카(Tolka 1700)에서 페디(Phedi 1130)를 거쳐 다시 포카라(Pokhara 820)로 나야풀에서 트레킹 9일째, 10월 28일.    나의 abc 트레킹 이야기는 전편에서 끝났다. 이번 회는 후일담. ^^톨카에서 페디까지 내려가서 포카라로 돌아가는 여정은 대체로 무난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극적인 어떤 이야기나 강렬한 사건(?)은 없다. 그저 담담히 나의 트레킹이 끝나가고 있을 뿐이다. 날씨는 언제나 처럼 맑았고, 바람은 아주 시원하게 불어주고 있었다. 걷는 걸음을 잠깐 멈춰 눈을 돌리면 들판이 온통 황금빛이다. 여기도 수확의 계절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내 포터 프리티와 가이드 먼은 어제(10월 27일) 일을 계기로 엘런과 케리와 아주 가까.. 2024.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