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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4

이수경 『너의 총합』을 읽고 너의 총합, 그게 무엇이든 내가 안아줄게 일주일 전이었나. 아내와 함께 교회에 가던 날 아침,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그저 교회 앞까지 아내를 태워다 준다.) 무심코 튼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저는 소설은 읽지 않아요. 그건 작가가 머릿속에서 막 꾸며 쓴 거잖아요. 대신 저는 수기나 에세이를 좋아해요. 그 사람의 이야기, 우리의 삶이잖아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진행자의 말의 요지는 대충 이런 거였다. “이분, 소설을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그저 취향 아닐까.” 아내가 말했다. 취향… 이라고 하기에는 소설에 관한 심각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꽤 있구나, 생각했다. 나는 『너의 총합』을 두 번 읽었다. 작가에게 책을 받은 그 날.. 2024. 1. 1.
서평 | 조세희 『침묵의 뿌리』와 홍세화 『미안함에 대하여』 한국 인민대중의 계급의식과 연대의 모색 조세희와 홍세화. 이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은 비슷한 면이 있다. 둘은 1940년대에 태어나 30대 때인 1970년대에 이른바 ‘불의의 시대’를 겪었다. 한 사람은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진실이 되고, 또 정의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6년)』을 섰고, 또 한 사람은 국가 폭력을 피해 다른 나라(프랑스)로 망명한 후 한국에 ‘똘레랑스’라는 말을 유행시킨 책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1995년)』을 냈다. 이 글은 조세희의 세 번째 작품집인 『침묵의 뿌리( 1985년 9월 1일 초판)』와 홍세화의 칼럼집 『미안함에 대하여( 2020년 8월 2일 초판 1쇄)』를 통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 2023. 6. 19.
아직도 자라지 못한 채 혁명을 꿈꾸는 우리, ‘난장이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단편들의 배열 순서에 관한 소고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사실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작품이다. 여러 인물로 시점을 달리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거나 사건이 시간순으로 나열돼 있지 않기에 적지 않은 독자들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끝까지 읽어내는 걸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가운데 하나이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지금도 꾸준히 읽히면서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 반열에 올라있는 작품이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당대의 베스트셀러를 넘어 2022년 현재까지도 한국인들에게 읽히고 있는 까닭은 뭘까. 산업화 시대 도시 빈민들의 .. 2022. 12. 27.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의 난장이들은 지금도 매일 스러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2002년에 처음 읽었다. 지금 다시 꺼내 보니 「뫼비우스의 띠」부터 「칼날」, 「우주 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곳곳에 귀퉁이가 접힌 자국이 남아있다. 그 뒤로는 깨끗했다. 읽다가 말았다는 증거다. 사실은 다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난쏘공』은 당시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인 나에게는 숨쉬기 힘들 만큼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나는 『난쏘공』을 잊었다. ​ 2009년 1월, 이른바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그해 여름 평택 쌍용차의 철판 지붕 위에서 노동자들을 토끼몰이하는 공권력이 있었다.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후 작가 성석제는 ‘21세기판 난쏘공’이라 할 만한 장편소설 『투명인간』을 발표했다. ​ 그리고 2022.. 2022.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