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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3

지구별에서 우리는 모두 디아스포라 이산離散 문학에 대한 소고(『우리에게 우주가 필요한 이유-아동문학과 소수자 재현』(송수연. 문학동네. 2022)을 읽고)  얼마 전 타계한, 그 자신이 디아스포라였던 작가 홍세화는 그의 칼럼 「난민, 왜 하필이면 한국 땅에」에서 ‘이 땅을 찾아온 난민은 난민이라는 거울을 통해 투사된 우리의 자화상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는 이 글에서 『레미제라블』의 가브로슈 소년을 언급하며, 그 소년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면 우리는 그를 환대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그는 ‘머리(의식)도 중요하지만, 머리보다 가슴(공감 능력)이 더 중요하고, 가슴보다 발(실천)이 더 중요하다’며, ‘신자유주의가 유일사상으로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가슴이나 발은커녕 머리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탄했다.(1) 송수연은 그의 아.. 2024. 6. 8.
이수경 『너의 총합』을 읽고 너의 총합, 그게 무엇이든 내가 안아줄게 일주일 전이었나. 아내와 함께 교회에 가던 날 아침,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그저 교회 앞까지 아내를 태워다 준다.) 무심코 튼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저는 소설은 읽지 않아요. 그건 작가가 머릿속에서 막 꾸며 쓴 거잖아요. 대신 저는 수기나 에세이를 좋아해요. 그 사람의 이야기, 우리의 삶이잖아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진행자의 말의 요지는 대충 이런 거였다. “이분, 소설을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그저 취향 아닐까.” 아내가 말했다. 취향… 이라고 하기에는 소설에 관한 심각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꽤 있구나, 생각했다. 나는 『너의 총합』을 두 번 읽었다. 작가에게 책을 받은 그 날.. 2024. 1. 1.
이수경 『자연사박물관』 21세기 한국 노동 가족의 현실과 '초록 엑시트(EXIT)' 최현숙(구술생애사 작가, 소설가)은 최근 한 공개 강연에서 “가족이란 어쩌면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는 말을 했다. 비약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을 일종의 ‘비극의 하마르티아’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자신의 자유의지로 바꾸거나 ‘없던 일’로 물릴 수 없는, 일종의 운명적 비극의 시작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신문의 사회면이나 방송 뉴스 등을 통해 부모의 불화나 형제자매간의 반목이 부정적 결과를 낳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극의 하마르티아가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이 때문에 내 가정의 평화가 위협받고 심지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면? 이를테.. 2023. 12. 11.